필부의 용맹과 지도자의 용맹

항왕이 성내어 고함을 지를 때면 천 사람이 다 놀라 엎드립니다. 그러나 어진 장수를 믿고 병권을 맡기지 못하니 이는 필부의 용맹일 따름입니다. 항왕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공경하고 자상하며 말씨도 친절하고 부드럽습니다. 누군가 병에 걸리면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나누어줍니다. 그러나 부하가 공을 세워 마땅히 작위나 식읍을 내려야 할 때에 이르면 인장이 닳아질 때까지 만지작거리며 차마 내주지 못합니다. 이는 이른바 ‘부인지인婦人之仁’일 뿐입니다. 항왕은 비록 천하의 패자가 되어 제후들을 신하로 삼았지만 관중에 있지 않고 팽성에 도읍했습니다. 또한 의제와의 약조를 저버리고 자신의 측근과 좋아하는 사람을 왕으로 삼았기 때문에 제후들이 불평합니다. 제후들은 항왕이 의제를 옮겨 강남으로 쫓아 보내는 것을 보고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원래의 임금을 쫓아내고 스스로 좋은 땅의 왕이 되었습니다. 항왕의 군대가 지나는 곳마다 학살과 파괴가 따랐기 때문에 천하의 백성들은 그를 원망하고 친밀하게 따르지 않습니다. 다만 그 위세에 눌리고 있을 뿐입니다. 비록 패왕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천하의 인심을 잃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강대함을 약화시키기 쉽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사기 회음후열전(<한초삼걸>에서 재인용, 한신이 유방에게 계책을 간하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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