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 성립하기 위한 2가지 조건 – 無 상관관계와 높은 불확실성(2/2)

 

집단지성이 성립하기 위한 두 번째 조건 높은 불확실성

 

 

집단지성의 첫번째 조건인 무 상관관계(집단지성이 성립하기 위한 2가지 조건1. 無 상관관계 보러 가기) 성립하더라도 소수의 전문가가 일반인 집단보다 지속적으로 우월한 분야가 있다. 이러한 분야의 특징은 불확실성이 아예 없거나 제한된 불확실성만이 존재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자동차 수리공이나 회계사 같은 직업은 대부분의 경우 특정 지식 범위 안에서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자동차는 부품을 조립해서 완성된 결과물이므로 어떤 고장이 발생했다면 부품에 대한 테스트를 통해 그 원인을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다. 재무제표를 만드는 방법은 이미 무수한 회계학 책에 다 나와 있으므로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기만 한다면 습득 안 한 사람보다 재무제표를 잘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절차 중심적 직업 이외에 프로 바둑 기사와 같은 직업도 탁월한 전문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바둑판 위에서 상대방이 다음에 둘 수 있는 돌의 위치는 361개 이내의 점으로 제한된다. 물론 계속 이어서 두는 수까지 생각하면 매우 경우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바둑판 내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어쨌든 제한적이다. 그리고 자동차 수리공의 일보다는 생각해야 할 경우의 수가 아주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의 가능한 경우의 수와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잘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전문가는 자동차 수리공이나 회계사보다 더 높은 전문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즉 전문성 확보가 어렵긴 하지만 일단 전문성을 확보하면 일반인에 비해 그만큼 확실한 우위에 설 수 있다. 

 

경제와 회계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한 3년 정도 회계학을 열심히 공부하면 최고의 회계 전문가를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는 있겠지만, 같은 시간에 바둑 공부를 하더라도 이세돌의 발끝도 따라가기 힘든 이유가 이런 복잡성의 차이에 있다. 그러나 회계사와 바둑 기사의 차이점은 경우의 수가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기본적으로 유한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바둑과 비슷한 체스 분야에서 슈퍼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길 수 있는 것도 경우의 수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한 수를 놓을 때마다 게임의 마지막 결과까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짧은 시간 안에 계산해서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수를 선택하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라면 체스에서 인간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주식 가격 예측은 경우의 수가 무한하다. 내일 실현된 주식 가격의 원인이 [오늘까지의 정보 + 내일 발생한 정보]라고 한다면 내일 발생할 정보의 경우의 수는 무한하므로 결국 무한한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된다. 불확실성이 적은 분기별 실적 발표와 같은 일상적인 사건도 있지만, 극단적으로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쏠 수도 있고,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으며, 테러리스트의 비행기 자폭 테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절차적 지식을 압도하는 상황에서는 집단지성이 전문성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투자에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을려면...


그러면 주식투자에도 집단지성을 이용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귀찮은 부탁을 들어줄 만한 정도의 친분이 있어야 한다. 먼저, 지인들끼리 최대한 무 상관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직업과 성격, 생활환경이 다른 지인 집단 표본을 만든다. 다음으로 그들에게 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낸다. 이때 주의할 것은 그들간의 무 상관관계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서로 모르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메일을 보낼 때도 비밀 참조 기능을 이용하자.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것은 너무 막연한 부탁이 될 수 있으므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이메일 수신인에게 보다 의미 있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가총액 큰 순서대로 30개 정도 종목을 뽑아서 이 리스트 안에서 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냥 간단하게 끌리는 종목을 찍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특정 종목을 추천한 지인 개개인의 논리는 모자이크의 작은 조각처럼 사실 크게 의미가 없을뿐더러 이메일에 그러한 논리까지 적으라고 하는 것은 지인 입장에서는 성가신 일이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너무 자주 종목 추천을 요구해 친분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여러분은 제갈공명을 무료로 데려다 참모로 쓰는 것과 다름없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복잡하고 귀찮은 이메일을 주고받을 필요 없이 그냥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추천 종목 중에서 중복되는 것을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집단은 내부적으로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목표 주가나 종목 추천을 잘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 잣대로 사용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논리가 이 직업에 적용된다. 소속집단의 주류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서 단번에 스타가 되는 것보다는 직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1차 목표가 될 것이며, 처자식이 딸린 입장이라면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설사 본인의 견해가 집단과 상반되더라도 평균에서 너무 벗어난 값을 제시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다. 예측이 적중하면 내가 잘해서 맞은 것이지만, 틀리면 다른 사람도 다 틀렸으니 비난의 화살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그들에게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목 추천이나 목표 추가 제시에서 애널리스트들끼리 서로 눈치를 본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 곧 나올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임성준, 조셉 H. 리 지음)>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한 것입니다.

* 투자에 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여러가지 내용도 보고 저자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yena_ir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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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이 성립하기 위한 2가지 조건 – 無 상관관계와 높은 불확실성(1/2)

무 상관관계의 마법

 

집단지성이란 쉽게 말해 길가는 사람들 중에서 아무나 100명을 뽑아서 만든 집단의 결론이 한 명의 뛰어난 엘리트의 생각보다 똑똑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상식에 반하는 개념을 거론할 때 그 성립 조건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조건은 집단 구성원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할수록 집단지성이 잘 발휘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많이 소개되는 실험이 있는데 여러 사람이 여러번 되풀이 했는데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피실험자로 하여금 유리병에 든 작은 사탕의 개수를 맞히는 실험이다. 수백개의 사탕이 든 병이 있다. 병을 들거나 살펴볼 수는 있지만 사탕을 쏟아내서 세어 볼 수는 없다. 개인 간의 무 상관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두 가지 상황을 고안했다.

첫 번째 상황은 자신의 예상 값을 다른 피실험자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종이에 써내도록 했고, 두 번째 상황은 자신의 예상치를 다른 피실험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해서 각자의 예상치에 관한 정보를 다른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여러 번 실험을 반복한 결과 첫 번째 상황에서는 특정한 개인의 예상치가 피실험자들 집단의 예상치 평균을 지속적으로 이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상황에서 계산된 다수의 평균값은 그렇지 못했다. ,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받아서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판단에 상관관계가 생긴 순간부터 집단지성의 힘이 약해진 것이다.

 

현실의 예를 한번 살펴보자. 1900년대 초에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갈튼Francis Galto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의 사촌이기도 했던 갈튼이 가축 박람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가축 박람회를 둘러보다가 한쪽에서 사람들이 황소의 몸무게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판돈을 걸고 참가해서 가장 근접한 추정 값을 낸 참가자가 판돈 전부를 갖는 도박이었다. 이 도박판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부류는 황소를 키우는 농부, 정육점 주인, 혹은 가축 도살업자와 같이 황소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 집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황소에 관해 최소한의 지식조차 보유하지 못한 채 재미로 도박에 참가한 일반인 집단이었다. 평소에 인간들 사이에도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 난 사람만을 따로 모아 짝짓도록 하면 인간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엘리트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던 갈튼은 당연히 전문가들 중 한 명이 우승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갈튼의 예상과 달리 최근삿값은 전문가 집단과 일반인 집단에 속한 개개인의 추정치를 모두 합쳐서 평균을 냈을 때 나왔다. 이 도박판의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집단 내에는 전문가에서부터 일반대중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들 사이에 의견 교환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만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다. 이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인들 간의 무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보장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실험실에서처럼 현실에서도 무 상관관계가 집단지성을 작동시켜 황소의 몸무게를 맞히는 마법을 연출한 것이다.

 

 

버블과 투매는 시장 참여자들이 높은 상관관계로 뭉치는 순간

 

그렇다면 왜 집단지성의 결정체인 금융시장에서는 공정가치에서 크게 벗어난 버블과 투매가 종종 발생할까? 평상시의 금융시장은 서로 다른 지식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전망과 베팅이 모여 있어서 아이큐가 1백만쯤 되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괴물이다. 그래서 누구도 지속적으로 이 괴물을 상대로 한 게임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 주식의 매매란 기본적으로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낙관론자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 비관론자가 만나야 성립된다. 이런 다른 견해가 다양하게 얽키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상승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작은 등락을 반복하며 오른다. 그래서 상승할 경우조차 노련한 투자자라 할지라도 잦은 손절매를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간혹 이 괴물의 에너지원인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무 상관관계가 약해지는 사태가 발생하는 데 이것이 버블과 투매가 나타난다.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부터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미국의 부동산 광풍까지는 모두 겁을 상실한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뜨겁게 하나 되었던 경험, 즉 높은 상관관계로 엮이는 시기가 된다. 이때는 모든 미디어와 시장 참여자가 한 목소리로 상승을 낙관하거나, 급락의 공포에 집단적으로 사로잡힌다. 이런 순간에 이견을 말했다가는 천하의 역적으로 몰린다.

그리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한 방향을 바라보는 이럴 때가 사실 가장 위험한 순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개인들은 이때 가장 편안함을 느키며 버블이나 투매를 부추긴다. 왜냐하면 사람들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할 때는 본인의 의사결정의 책임을 집단에게 위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짚으면 버블과 투매의 한 방향으로 세상의 여론이 쏠렸을 때, 그 압력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개인이 투자에서 가장 돈을 잘 벌 수 있는 시기가 된다.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골드만삭스에 투자해서 큰돈을 번 워런 버핏의 행보가 그런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무 상관관계는 금융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대표적인 예로 자사주 매입을 생각해보자내가 다니는 회사가 망하면 다른 직장을 찾기 전까지 나의 근로소득은 0이 된다. 그럼 우리 회사 주식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 역시 0이다. 그러니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본의의 소득 포트폴리오 구성 요소 간의 상관관계를 극도로 높이는 행위가 된다.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중심으로 생활하는 보통 사람의 경우, 건강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은 근로소득과 역의 상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좋은 투자에 해당한다. 즉 아프거 다쳐서 병원비가 들고 소득이 줄 때 나의 수입을 보충해준다. 

그렇지만 변액보험도 들고, 펀드도 들어서 분산투자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변액보험도 순수 보험금 일부와 판드에 투자하는 금액이 합쳐져서 이름만 보험금으로 불릴 뿐, 실제로는 변액보험이란 이름의 펀드와 그냥 펀드라는 2개의 펀드로 쪼개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 곧 나올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임성준, 조셉 H. 리 지음)>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한 것입니다.

 

* 투자에 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여러가지 내용도 보고 저자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yena_ir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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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를 관리하는 마법의 열쇠, 상관관계

예를 들어 한 보험회사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자. 하나는 단일 고객에게 1,000억원짜리 생명보험을 판매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1억원짜리 보험을 불특정 다수에게 1,000개 판매하는 방안이다. 두 경우 모두 보장 기간이 같고,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의 총 액수가 동일하다면 보험회사는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호할까? 고객이 한 명이면 고객 관리를 위한 많은 수의 직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보험 사기라든지 민원, 법률 소송 등 골치 아픈 일이 많아야 한 건에 불과할 것이므로 회사 운영이 수월해지는 것은 틀림이 없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는 두 번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개인마다 보험금을 지급할 사고를 당할 확률이 1,000분의 1이라고 하자. 한 명의 고객에게 1,000억원짜리 보험을 판 보험회사가 1,000억원을 잃을 확률은 1/1,000이 된다. 만약 고객 2명이 500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자. 보험회사가 최대로 잃을 수 있는 금액은 이때도 역시 1,000억원이다. 그런데 1,000억원을 잃을 확률은 단일 고객일 때와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질까?

이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두 고객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한다. 상관관계란 한 고객의 사망과 다른 고객의 사망이 얼마만큼 연관되어 있느냐를 뜻하는 용어이다. 만약 두 고객이 변태적 천생 연분인 부부여서 한 명이 죽으면 다른 한 명이 따라 죽겠다는 서약을 하고 실제로 지킨다고 하자. 자살도 생명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정은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두 명의 고객이나 단일 고객이나 보험회사가 1,000억원을 잃을 확률은 1/1,000로 똑같다.

이번에는 좀 현실적인 가정을 세워서 한 명이 죽는 것과 다른 한 명이 죽는 것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하자. 이때 확률은 [1/1,000*1/1,000]이 되어 1백만 분의 1이 된다. 보험회사는 아무런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아도 보험 가입자를 1명에서 상관관계가 없는 2명으로 늘리는 것만으로도 1,000억원을 잃을 확률이 1/1,000에서 1/1,000,000로 현저히 줄어든다. 고객이 2명이 아니라 3명이 되면 1000억을 잃을 확률은 10억 분의 1로 급감하게 된다. 보장 기간이 20년이라고 한다면 총 7,300일이 된다. 그러니 10억분의 1의 발생 확률을 가진 사건이 7,300일 안에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것만큼 실현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처럼 상관관계가 없는 사건들의 확률은 합치면 합칠수록 큰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줄어들고, 작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이 현상을 일반화하여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 린드버그-펠러 정리Lindeberg-Feller central limit theorem다. 보험회사가 수학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관관계는 개인이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근로소득, 집(혹은 전세 보증금), 예금, 보험, 주식 등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자산 사이의 상관관계를 최대한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사주 매입이 미수 몰빵 투자와 같은 이유

직장인들이 많이 하는 자사주 매입을 예로 생각해보자. 대개 회사에서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판매할 때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약간 할인해준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론 탄탄하다면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비상장 벤처 기업에 다니는 경우에 자사주 매입은 상장될 경우 대박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투자 관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보자. 내가 다니는 회사가 망하면 다른 직장을 찾기 전까지 나의 근로소득은 0이 된다. 그럼 우리 회사 주식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 역시 0이다. 이처럼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자신의 소득 포트폴리오 구성 요소 간의 상관관계를 극도로 높이는 행위가 된다. 그러니 투자 관점에서 자사주 매입은 가장 위험한 미수 몰빵 투기가 되니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할 톱10 리스트에 든다고 보면 된다. 자칫 "벤츠를 타고 다니는 꿈에서 깨보니 벤치에 앉아있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곧 나올 임성준, 조셉 H. 리, 두 분의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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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나름 선진적인(?) 한국의 은행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관련해서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이 한가지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경상수지가 외환위기 전부터 적자 상태였기 때문에 달러가 계속 유출되고 있었다. 다행히 세계경제가 호황기여서 -달러 환율도 낮았고, 이자도 별로 높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기관은 부족한 달러를 외국에서 빌려왔다. 실제로 당시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면 달러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당시 외환위기 직전까지 우리나라 은행들은 달러를 빌리기 위해서 달러 표기 채권을 많이 발행하였다. 이러한 채권의 주요 구매자들은 해외 투자은행들이었는데, 그들은 혹시라도 한국의 은행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싶어했다. 그들에게 구원의 천사가 되어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의 은행들이었다. 그들이 미심쩍어 하는 한국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를 제거할 있는 보험을 곳이 바로 한국의 다른 은행들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과정이 진행되었다.

 

1) A은행이 이자율 5% 발행한 달러표기 채권을 메릴린치가 구입한다.

2) 메릴린치는 B은행에게 채권의 이자율 5% 중에서 1% 떼어주는 조건으로 채권의 신용 리스크에 대한 보장 보험을 산다.

3) B은행은 앉아서 편안하게 1% 번다.

 

당시 한국의 은행들은 은행의 파산이란 외계인의 침공만큼이나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 보험 팔아서 버는 1% 수익은 그들에게는 공짜점심, 무위험 수익이나 다름없었다. 100만원의 1% 이자(1만원)라면 볼일 없겠지만, 1000억원의 1% 10억원으로 얘기가 달라진다. 공짜점심의 맛을 알게 된 우리나라 은행들은 너도나도 이 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A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보증해주는 보험을 B은행이 팔고, B은행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보험을 A은행이 파는 식으로 빚쟁이들끼리 서로 서로 지급 보증을 서주는 돌려 막기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러니 하나가 죽으면 전체가 죽는 리스크를 자신도 모르게 짊어지게 것이다. 당시에 얼마나 보험을 많이 팔았으면 보험을 팔아 들어오는 수익이 은행의 주요 수입원 하나였다고 한다.

동남아의 외환위기는 이렇게 은행들이 안고 있던 달러 채권 보험이란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미국에서 2008년까지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을 가지고 투자은행들이 파생상품을 만들고, 파생상품의 리스크에 대한 보험을 대량으로 팔았다가 망한 AIG 일이 바로 이런 종류의 일이었다.

그러니 우리나라 금융업이 제조업만큼 선진화 되어 있지 못하다고 지적 받고 있지만 당시의 은행 관계자들이 들으면 서운해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보험 폭탄에서만큼은 2008년에 미국에서 AIG보다 15년이나 앞서서 우리 은행들이 선진적으로 경험했으니 말이다. 달콤한 공짜 점심과 뒤의 배탈까지도.



** 곧 나올 임성준, 조셉 H. 리, 두 분의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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