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 성립하기 위한 2가지 조건 – 無 상관관계와 높은 불확실성(1/2)

무 상관관계의 마법

 

집단지성이란 쉽게 말해 길가는 사람들 중에서 아무나 100명을 뽑아서 만든 집단의 결론이 한 명의 뛰어난 엘리트의 생각보다 똑똑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상식에 반하는 개념을 거론할 때 그 성립 조건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조건은 집단 구성원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할수록 집단지성이 잘 발휘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많이 소개되는 실험이 있는데 여러 사람이 여러번 되풀이 했는데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피실험자로 하여금 유리병에 든 작은 사탕의 개수를 맞히는 실험이다. 수백개의 사탕이 든 병이 있다. 병을 들거나 살펴볼 수는 있지만 사탕을 쏟아내서 세어 볼 수는 없다. 개인 간의 무 상관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두 가지 상황을 고안했다.

첫 번째 상황은 자신의 예상 값을 다른 피실험자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종이에 써내도록 했고, 두 번째 상황은 자신의 예상치를 다른 피실험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해서 각자의 예상치에 관한 정보를 다른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여러 번 실험을 반복한 결과 첫 번째 상황에서는 특정한 개인의 예상치가 피실험자들 집단의 예상치 평균을 지속적으로 이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상황에서 계산된 다수의 평균값은 그렇지 못했다. ,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받아서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판단에 상관관계가 생긴 순간부터 집단지성의 힘이 약해진 것이다.

 

현실의 예를 한번 살펴보자. 1900년대 초에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갈튼Francis Galto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의 사촌이기도 했던 갈튼이 가축 박람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가축 박람회를 둘러보다가 한쪽에서 사람들이 황소의 몸무게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판돈을 걸고 참가해서 가장 근접한 추정 값을 낸 참가자가 판돈 전부를 갖는 도박이었다. 이 도박판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부류는 황소를 키우는 농부, 정육점 주인, 혹은 가축 도살업자와 같이 황소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 집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황소에 관해 최소한의 지식조차 보유하지 못한 채 재미로 도박에 참가한 일반인 집단이었다. 평소에 인간들 사이에도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 난 사람만을 따로 모아 짝짓도록 하면 인간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엘리트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던 갈튼은 당연히 전문가들 중 한 명이 우승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갈튼의 예상과 달리 최근삿값은 전문가 집단과 일반인 집단에 속한 개개인의 추정치를 모두 합쳐서 평균을 냈을 때 나왔다. 이 도박판의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집단 내에는 전문가에서부터 일반대중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들 사이에 의견 교환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만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다. 이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인들 간의 무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보장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실험실에서처럼 현실에서도 무 상관관계가 집단지성을 작동시켜 황소의 몸무게를 맞히는 마법을 연출한 것이다.

 

 

버블과 투매는 시장 참여자들이 높은 상관관계로 뭉치는 순간

 

그렇다면 왜 집단지성의 결정체인 금융시장에서는 공정가치에서 크게 벗어난 버블과 투매가 종종 발생할까? 평상시의 금융시장은 서로 다른 지식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전망과 베팅이 모여 있어서 아이큐가 1백만쯤 되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괴물이다. 그래서 누구도 지속적으로 이 괴물을 상대로 한 게임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 주식의 매매란 기본적으로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낙관론자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 비관론자가 만나야 성립된다. 이런 다른 견해가 다양하게 얽키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상승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작은 등락을 반복하며 오른다. 그래서 상승할 경우조차 노련한 투자자라 할지라도 잦은 손절매를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간혹 이 괴물의 에너지원인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무 상관관계가 약해지는 사태가 발생하는 데 이것이 버블과 투매가 나타난다.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부터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미국의 부동산 광풍까지는 모두 겁을 상실한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뜨겁게 하나 되었던 경험, 즉 높은 상관관계로 엮이는 시기가 된다. 이때는 모든 미디어와 시장 참여자가 한 목소리로 상승을 낙관하거나, 급락의 공포에 집단적으로 사로잡힌다. 이런 순간에 이견을 말했다가는 천하의 역적으로 몰린다.

그리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한 방향을 바라보는 이럴 때가 사실 가장 위험한 순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개인들은 이때 가장 편안함을 느키며 버블이나 투매를 부추긴다. 왜냐하면 사람들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할 때는 본인의 의사결정의 책임을 집단에게 위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짚으면 버블과 투매의 한 방향으로 세상의 여론이 쏠렸을 때, 그 압력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개인이 투자에서 가장 돈을 잘 벌 수 있는 시기가 된다.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골드만삭스에 투자해서 큰돈을 번 워런 버핏의 행보가 그런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무 상관관계는 금융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대표적인 예로 자사주 매입을 생각해보자내가 다니는 회사가 망하면 다른 직장을 찾기 전까지 나의 근로소득은 0이 된다. 그럼 우리 회사 주식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 역시 0이다. 그러니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본의의 소득 포트폴리오 구성 요소 간의 상관관계를 극도로 높이는 행위가 된다.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중심으로 생활하는 보통 사람의 경우, 건강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은 근로소득과 역의 상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좋은 투자에 해당한다. 즉 아프거 다쳐서 병원비가 들고 소득이 줄 때 나의 수입을 보충해준다. 

그렇지만 변액보험도 들고, 펀드도 들어서 분산투자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변액보험도 순수 보험금 일부와 판드에 투자하는 금액이 합쳐져서 이름만 보험금으로 불릴 뿐, 실제로는 변액보험이란 이름의 펀드와 그냥 펀드라는 2개의 펀드로 쪼개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 곧 나올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임성준, 조셉 H. 리 지음)>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한 것입니다.

 

* 투자에 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여러가지 내용도 보고 저자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yena_irony

 

 

 

저작자 표시
신고

설정

트랙백

댓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