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토리텔링의 5가지 요소 2. - 열정



우리를 이야기하고 싶도록 만드는 근원적 힘은 바로 가슴 속의 열정이다. 열정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라는 질문이 이야기 속에 분명하게 들어 있어야 한다.

 

왜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걸까?

왜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들은 표정과 눈빛, 목소리부터 다르다내가 관심 쏟는 일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이 질문들은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이 열정을 펼치는 문제, 즉 자기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세상을 상대할 때 가장 먼저 시도하는 일은 대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장례식에서 추도문을 읽는 것과 관에 들어가는 것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을 택할 것이다.”는 제리 사인펠드Jerry Seinfeld의 말처럼 대중 연설은 겁나는 일이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간은 작은 부족을 이루며 살아왔다. 따라서 다른 부족을 만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절대 혼자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무기가 없음을 보여주려는 방편이던 악수라는 관습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당시의 잔재다


몇 년 전에 미군은 최고의 군인이 되기 위한 자질이 무엇인지 연구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두려움 없음이 그 해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려움에 따르는 아드레날린 반응은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에 생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두려움 없음이 아니라 두려움이 전달하는 강렬한 자극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겨낸 후 임무를 완수하는 사람이었다. 전투에서는 이 능력에 삶과 죽음이 달려 있다. 이처럼 두려움을 느끼더라도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려면 어떤 방법을 이용해야 할까? 모의실험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인간의 가장 깊은 두려움에까지 도달하지는 못한다.


군 정신과의사들은 간단한 시험을 실시했다. 실험 대상이었던 군인들에게 낯선 사람이 가득 찬 방에서 한 가지 주제에 관해 연설하게 하고, 그 반응을 지켜보았다. 군인들 모두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혈압이 치솟았으며, 입도 마르고,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 정신과의사들은 초기 충격에서 보이는 생리적 반응을 가능한 한 빨리 극복하고 평상심을 되찾는 군인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것이 바로 지휘관의 자질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사의 경계에 있음을 느끼고자 이라크까지 갈 필요는 없다. 때때로 방안에 가득 들어 찬 낯선 사람 앞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익숙해지는 비결 같은 것은 없다. 전문 배우들조차 이런 군인들과 똑같은 신체적 반응을 보인다. 영국의 한 의학연구에 따르면 작품의 공연 첫날 밤 전문 배우들의 스트레스 정도가 교통사고 환자의 스트레스 정도와 맞먹는다.’라고 한다. 당신이 연설을 앞두고 트럭에 치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로렌스 올리비에조차도 연기 인생 내내 무대 공포증으로 고생했다고 하는데, 그는 동료 배우들에게 무대에서는 자신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거의 공황상태에 가까운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두려움은 모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다. 문제는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가이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인간이 다 잘하는 것, 바로 이야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된다. 그것이 개인적이고 열정적일수록 더 좋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하는 것은 두 가지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

첫째,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기억하기가 매우 쉬울 뿐 아니라 순간적인 강조 효과가 있다. 길어야 할 필요는 없다. 연설을 하려고 적어놓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면 청중은 연사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진정성을 들을 수 있다. 인간은 첫 만남에서 정확히 그러한 단서를 잡아내는 것에 능하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이미 오래 전에 제거되었다.


두 번째,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함으로써 연설의 처음 60초 내에 호감도를 높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는 두 가지를 이룰 수 있다. 1) 사적인 것을 공유하는 것, 2)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미리 준비된 연설문이나 판매 문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님을 알리는 것.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즈니스에서 이야기를 농담으로 시작할 때 효과를 못 보는 주된 이유는 코미디언들은 사적인 일을 폭로하려고 농담하지만 비즈니스맨들은 농담 뒤로 숨어 자기를 감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폭로가 사실적이고 개인적일수록 농담은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전직 하원의장이었던 팁 오닐Tip O'Neill은 각 선거구에 도착할 때마다 짧게 연설한 후 선거자금을 모금했는데 그는 매번 연설하기 전에 후원자들에게 그 지역에서 가장 특색 있는 장소로 자신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주리 주에서는 트루먼 대통령의 생가, 조지아 주에서는 남북전쟁을 치렀던 전장, 그리고 나서 오닐은 그 지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장소를 다녀온 것에 관해 이야기하며 연설을 시작했고, 그 여행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이야기했다. 그것은 개인적인 경험이지 각본이 아니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도 있지만 그 위험부담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 위험하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더 해볼 만하다. 사람들은 위험에 정면으로 부딪쳐 그것을 극복해 내는 사람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 우리는 모두 공중곡예사의 묘기에 넋을 잃는다. 불타는 타이어와 뒤틀린 금속 사이를 뚫고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는 자동차 레이서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위험부담이 도사리고 있지 않다면 그 어떤 것도 흥미롭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람들은 위기에 당당히 맞서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을 응원한다. 그가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여 열정적으로 책임지는 한 말이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가장 교묘하게 이용한 사람 중의 하나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

19981월 클린턴은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고 전 국민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저는 그 여성르윈스키 양과 성적인 접촉을 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인 우리(2명의 저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머지않아 드러난 명백한 진실그 유명한 푸른 드레스 위에 묻은 DNA까지 포함해서에 반박당하는, 이 간단한 진술이 어떻게 클린턴의 지지기반을 오히려 더 강화시켜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심하게 공격당할수록 오히려 지지도가 올라갔다. 마치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고 자기부상 하는 사람처럼.

클린턴은 진실성은 없었지만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정이란 매우 미묘한 감정이지만,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이어 내려온 인류의 가장 존경받는 영웅들은 불을 시험하고자 했던 이들이며, 위기에 맞서 승자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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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토리텔링이 갖춰야 할 5가지 요소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실제 활동에서 구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 연기 지도 등의 활동을 하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 일하는 리처드 맥스웰과 로버트 딕먼의 정의를 나는 가장 좋아한다.

(그들의 책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는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긴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스토리구성 관련한 부교재로 쓰일 정도로 탄탄한 내공을 갖추고 있다.)

 

이야기(스토리텔링)란 하나의 사실을 감정이라는 포장으로 감싼 것이다행동으로 세상을 바꾸게 만드는 감정으로.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은 먼저 사실(fact)에 기초해야 한다. 나아가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감정을 촉발하여, 궁극적으로는 무언가 행동에 나서도록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스토리텔링 하면, 무언가 이야기를 멋있게 꾸며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내가 저술 관련 강의를 할 때 자주 쓰는 간단한 예가 있다.

 

문장1) 나는 오늘 저녁, 태어나서 최고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문장2) 나는 김태희와 저녁을 먹었다.

 

문장1)처럼 수사를 아무리 덧붙여 표현하려고 애써도 듣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만큼의 믿음과 감흥을 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장2)는 아무런 수식 없이 사실만 나열했지만 대번에 듣는 사람의 흥미를 자아내고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노래하는 가수가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과잉 분출하면, 곧 듣기가 부담스럽듯이, 글도 독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은 잘 절제해야 하는 것이다.

책을 기획하고 저자들을 섭외하면서, 구체적인 사실을 풍부하게 알고 그것을 자기 나름의 일관된 관점으로 정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절감한다. 나는 스토리텔링이 사실에서 출발한다는 것의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좋은 스토리텔링이 갖춰야 할 요소들에 대해 두 사람의 책 내용을 통해 알아보자. (이하는 위의 책 인용입니다.)

 

1. 이야기가 반드시 길어야 할 필요는 없다.

2. 이야기를 꼭 말로 할 필요는 없다.

3. 적기에 하는 적절한 이야기는 우리가 스스로의 세상을 구성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테러현장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야기는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2001914일에 부시 대통령은 9·11 참사 현장에 방문했다. 그곳에는 3일 전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었을 때 사고현장에 묻혀버린, 거의 3천여 명에 이르는 희생자 가운데 아직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수색에 힘쓰던 구조대원들이 모여 있었고, 부시 대통령은 그들 사이를 천천히 움직여갔다. 구조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쓰레기더미도 기어올랐고, 흰색 안전모를 쓰고 있던 한 소방대원에게 희망의 말을 몇 마디 건네면서 그의 어깨 위로 팔을 두르기도 했다. 그러다 누군가 대통령에게 확성기를 전달했다. 부시대통령은 무역센터의 잔해더미 위에 서서 군중을 향해 간단하게 몇 마디 했다. 그의 말은 감동적이었지만 그다지 기억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정작 잊히지 않는 것은 잔해더미 위에 서서 소방대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침착하지만 강력한 어조로 군중을 향해 이야기하던 대통령의 영상이었다. 마치 액자에 끼워진 사진처럼, 한 장의 이미지로 압축되어 수백 개의 신문 1면을 장식했던 그 영상, 그것이 바로 이야기이다.

이것은 우리의 정의(위의 3가지)와 일치한다.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범의 공격으로 파괴되었다는 사실, 그것을 모든 국면에서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대원의 어깨에 팔을 두름으로써 부시 대통령은 단순하지만 지극히 강렬한, 감정이라는 포장으로 사실을 감쌌던 것이다. 희생자에 대한 연민과, 다른 이들을 도우려다 숨져간 이들에 대한 존경심, 그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않으리라는 확고한 결심이 사실을 감싸 안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그 영상은 나라 전체가 집단 충격에서 빠져나와 무언가 해야만 한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그것이 바로 적절한 이야기의 힘이다.

 

이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핵심 질문으로 나아가 보자. 어떤 것이 좋은 이야기인가? 어떻게 하면 이야기가 근사해질까? 무엇이 이야기를 박스오피스(The box office)와 직장 상사의 오피스(The boss's office)에서 힘을 얻게 하는가?

이야기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직업인으로처음에는 오락산업에서, 최근에는 기업컨설턴트로서살아오면서, 우리는 성공적인 이야기라면 모두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기본 구성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야기에 담긴 열정(Passion)

청중을 이끌어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영웅(주인공, Hero)

영웅이 반드시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 혹은 장애(Antagonist or Obstacle)

영웅을 성장하게 하는 깨달음의 순간(A Moment of Awareness)

앞의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영웅과 세상의 변화(Transformation)


이것을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열정 :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했을까? 왜 이 문제에 신경을 쓰는 거지? 이야기를 듣던 사람도 신경 썼을까?

2. 영웅(주인공) : 누구에 관한 이야기였지? 청자도 주인공의 관점을 받아들였을까?

3. 악당(장애) : 주인공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더라?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와 청자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것일까?

4. 깨달음 :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무엇을 배웠을까? 이야기가 빛을 발하게 하려고 내가 사실에 덧붙여 놓았던 것은 무엇이지?

5. 변화 : 이야기 속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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