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출발은 사실(facts)

출판 이야기 2011.07.12 11:56

최근에 고향인 인천과 관련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10년간 개인적인 인연만 남겨두었을 뿐 공적인 영역에서는 완전히 떠나 있었지만 인천은 여전히 내 고향이고, 내 머리와 심장은 인천과 탯줄로 이어져 있음을 다시 느끼는 즐거움도 덤으로 얻고 있다.

그런데 인천도 예외 없이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또는 관광 진흥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중요한 화두로 삼아 정책을 만들고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짜장면이 탄생한 곳, 인천의 공화춘 건물>


“스토리텔링”만큼 쉬운 단어면서도 오용되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나는 리처드 맥스웰과 로버트 딕먼(<나도 5가지만 알면 스토리텔링 전문가>의 저자)의 다음과 같은 간단한 정의를 좋아한다.


“이야기란 하나의 사실을 감정이라는 포장으로 감싼 것.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게 만드는 감정으로.”


여기에서 중요한 단어는 ‘사실’과 ‘감정’인데,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텔링’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할 때 누구나 감정이나 상상력은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관에서 주도하는 경우는 대부분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목적에 맞춰 지어낸 이야기라서 사람들의 가슴에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가장 폭넓은 독자층을 가진 허영만 화백은 만화가 중에서 가장 집요하게 취재와 자료 수집을 하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조정래 선생이 소설을 쓸 때 얼마나 많은 자료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는지는 그의 <황홀한 글 감옥>에 잘 나타나 있다.

나무를 너무 좋아해서 중앙일간지 신문기자까지 때려치운 채 한 달에 기름 값만 백 몇 십만 원씩 들여서 팔도 구석구석까지 나무를 찾아 나서는 내 벗은 나무 이야기를 할 때 스무 살 청년의 빛나는 얼굴이 된다. 벗의 얘기를 듣다보면 나도 어릴 적 집 울타리를 이룬 참죽나무며 감나무 등속을 떠올리고 집에 돌아가서 식물도감 한번 들춰보게 된다. 그것이 진정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사실에 대한 집요한 천착과 숙성을 바탕으로 그 위에 감정과 상상력을 얹을 때 스토리는 진정한 힘을 갖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근대의 타임캡슐’같은 인천의 속살을 하나하나 벗겨보는 작업을 어려운 여건에서도 꾸준히 해온 인천 분들을 만나는 것이 요즘의 내게 추가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스토리텔링을 공부할 때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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