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초삼걸 - 천하최강의 참모진

출판 이야기 2011.04.29 16:22

2년전쯤 사회적으로 Followership에 대한 얘기가 무성했다.

특히 어떤 집단,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리더십, 리더의 자질과 능력을 문제삼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리더만의 문제겠냐? 리더도 인간인지라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의 역량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한 마디로 "문제있는 리더가 바뀌면 문제가 해결되겠냐"는 문제의식이었다.


이 얘기를 듣고 이제 우리도 참모학, followership을 얘기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의 followership 책 중에서 찾아보았다.

경영서 중 특히 무의식에까지 자리잡은 문화적 특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이 리더십 영역이었다.

내용이 잘 정리된 것은 많았지만 그렇게 역할과 책임을 칼같이 나누고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미국과 우리는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중국 쪽의 참모학을 찾기로 했다.


참모 하면 역시 장량, 소하, 한신이 아니겠는가? 제갈량 등도 있지만, 천하의 날건달 유방을 대륙의 황제로

만든 이들이며, 각각의 개성과 능력을 가지고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낸 세 사람이 당연히 일순위로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찾던 중 중국 고문헌학과 사기에 정통한 저자 두 사람이 남경대학에서 낸 이 책의 원서를

역자 장성철님의 도움으로 찾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며 유방과 항우 중심이 아니라 장량, 소하, 한신을 주전으로 삼고 유방과 장량을 부전으로 삼은

독특한 책의 관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게다가 이야기 읽듯 쉽게 읽히면서도 고증을 충실히 한 서술.


한 가지 아쉽다면 고증에 충실하다 보니 사기의 "oo편" 대목을 인용하고 그 얘기를 조목조목 다시 비평하거나

저자의 관점에서 해설하는 체계여서 읽는 호흡이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 이 점을 정리해서 간결하게 다듬을까 고민하다가

고증에 충실한 면을 살리기로 했다. 대개의 사기 관련 대중서가 정사와 야사의 구분이 애매해서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량은 유방의 벗이자 스승으로서 초한전쟁의 전략을 세우고, 한신은 탁월한 군사능력을 발휘해

전략을 실행하며, 소하는 후방을 안정시키며 전략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세 사람을 유방은 이렇게 평했다.

장막 안에서 작전을 짜서 천 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걸로 말하자면 나는 자방(子房)을 따르지 못하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다독이며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나는 소하를 따르지 못하오. 백만 대군을 이끌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기어코 빼앗아 취하는 일에서는 내가 한신을 따를 수 없소.” (史記·高帝記)

유방과 한초삼걸의 흥기에서 시작해 마침내 해하(垓下) 결전에서 항우를 무너뜨리고 천하를 제패하기까지 세 사람의 활약상 못지 않게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처세와 운명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장량은 유방을 섬기며 또한 벗의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량은 공을 이룬 다음에는 유유자적 은거하며 이름을 길이 남겼다.

* 소하는 전장에 나가 있는 유방을 대신해 후방을 책임지면서 유방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아들을 인질로 유방 곁의 군사로 보내고 늘 조심스럽게 유방의 밑에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그는 명재상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 탁월한 군사 재능으로 유방의 명성을 능가한 한신은 스스로 제나라 임금을 청하는 등 유방의 권위를 침범하여 늘 견제를 받아야 했다. 결국 그는 반역의 길로 내몰려 삼족이 멸하는 비운의 영웅으로 생을 마감했다.

 





저작자 표시
신고

설정

트랙백

댓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