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토리텔링의 5가지 요소 3.- 영웅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워런 버핏은 미국 사회의 영웅이다. 그가 왜 영웅이 되었을까? 돈은 그의 친구인 빌 게이츠가 훨씬 많다. 미래를 예측하고 주식의 승자를 골라내는 선구안으로만 치면 그보다 탁월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낯선 땅에 막 도착한 여행객이라고 가정해보자. 잠시 차를 세우고, 방향을 가늠해보며 경치 좋은 장소를 찾는 중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올바른 방향을 아는 일이다. 방향이 정해진 후에야 나머지가 모두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이때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바로 영웅이다.

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매년 오마하에서 연례 주주총회를 연다. 대개의 주주총회와는 달리 의례적인 요식절차가 아니라 풍성한 이야기 잔치임을 매년 그곳에 모여드는 14천 명 이상의 주주들이 증명해준다. 버핏은 회사의 모든 것을 주주들과 공유한다. 이 모임의 핵심 이벤트는 버핏과 그의 동료인 찰리 멍거가 중앙 무대에 올라서서 6시간 동안 청중들의 쏟아지는 모든 질문에 답변해주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매우 개방적이고, 정직하며, 정보로 넘쳐난다. 따라서 많은 부모가 단지 자신의 아이를 이 회의에 참석시켜서 경제를 가르쳐주기 위해서라도 큰 돈을 지불하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분을 산다.

버핏은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 속에 포함된 이야기를 매우 주의 깊게 듣는다. 대답할 때, 그는 사실뿐만 아니라 사실을 감싸고 있는 감정까지 매우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그는 아무도 감동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방식대로 보기를 강요하지도 않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는 단지 자신의 경험과 그동안 쌓은 지식을 모두 풀어놓고 그들과 공유하고자 할 따름이다. 그 과정에서 청중은 새로운 자기만의 관점과 이야기를 발견한다. 핵심은 버핏이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버핏의 이야기를 통해 청중 스스로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스스로를 신뢰하고, 그 계기를 만들어준 버핏 역시 신뢰하게 된다.

이것이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들은 복잡한 이야기의 문을 열어 당신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영웅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워런 버핏은 뛰어난 투자가이면서 동시에 매우 뛰어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복잡한 개념을 몇 마디 적절한 단어로 쉽게 설명하는 뛰어난 글 솜씨 덕분에 그는 2005년 국가위원회가 수여하는 작가부문 상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영웅은 이야기의 관점이 인격화된 상징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야기에는 영웅이 필요하다. 이야기마다 어울리는 영웅을 창조해 내는 것, 혹은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스토리텔링의 첫 번째 일이다.

 

영웅에는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영웅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

 

1. 영웅은 우리가 모두 동등하다고 느끼도록 해준다. 만약 그러한 연대를 느끼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거부할 것이다. 영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면 우리가 그와 아주 친밀해져야 한다. 우리가 영웅과 물리적 차원에서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영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 영웅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우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그의 관점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들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주주들을 자신의 동료(partner)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계 최대 재벌 중의 한 사람임에도 버핏은 자신의 연봉을 10만 달러 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는 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찰리와 나는 여러분에게 투자의 결과까지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의 재산이 우리의 재산과 엄격하게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임은 약속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확히 여러분이 버는 만큼 벌어들이기를 원합니다.”

 

2. 영웅은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는다.

영웅에게는 그들이 지배하는 고유의 영역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물리적, 감정적, 지적, 정신적 영역이다. 그들은 덴마크의 왕자이거나, 방금 강력한 검색 엔진을 발명했거나, 요술 강낭콩 3개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엇을 지배하든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3. 영웅은 놀라게 하는 능력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다. 당신의 영웅이 놀라움을 선사할 때 그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는 안 된다. 이야기꾼이 그러한 복잡성을 난데없이 불쑥 꺼내 놓는다면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진정한 생명력을 갖춘 영웅을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시켜야 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오는 깨달음의 순간 (영웅을 승리로 이끌고, 그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하는 순간을 기억해 보라)은 우리가 선택한 영웅의 자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만약 스타워즈에서 이야기 초기에 루크 스카이워커가 제다이 기사가 되고자 하려는 장면이 없었다면, “포스를 신뢰하라, 루크라는 말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저 그런 대사에 그쳤을 것이다.

 

4. 영웅은 선한 사람이다. 미국의 전설적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가 병원으로 아이들을 방문해서 홈런을 약속한 다음, 모든 역경을 딛고 홈런을 쳐내는 것이 영웅 신화의 일부가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영웅이 되기 위해 반드시 초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적 영웅은 초능력에 대항해 싸우는 경향이 있다. 만약 크립토나이트라는 약점이나 여자 친구의 오해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슈퍼맨에게 흥미를 잃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선해야 한다. 조금은 엉성할 수 있지만 반드 좋은 사람이어야만 한다.

 

요약하면 실제 생활에서의 영웅은 사람들을 함께 모아 그들이 서로 동등하다고 느끼게 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낸 후에 그것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이다


전통적인 영웅의 역할을 가장 잘 해오고 있는 집단이 해병대다전 세계의 어느 부대든 상관없으니 미군 해병 장교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 보라. 그러면 벽을 온통 장식하고 있는 역사적 물건들에 둘러싸이게 될 것이다. 베트남전 때부터 전해 내려온 부대 상징이 그려진 깃발, 한국전에서의 공로를 보여주는 군 장비 등. 한 명의 해병이 장교의 집무실에 들어가 책상 앞에서 차려 자세를 취하면, 그는 장교와 자기 자신을 연결하는 확실한 물증에 둘러싸이게 된다. 그러면 계급과는 상관없이 두 사람은 동등해진다. 두 사람 모두 해병이고, 그 무엇보다도 무사의 전통 안에 속해 있는 존재가 된다. 이것이 바로 벽에 걸린 모든 것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공유된 이야기는 아침에 군복을 차려입는 순간부터 모든 해병과 함께한다. 해병대 군복의 모든 요소는 과거의 영웅적 사건과 관련이 있다. 군복 바지를 타고 내려가는 붉은 색 줄무늬는 미 해병대 노래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몬테주마의 전당’, 즉 차풀테펙 전투에서 뿌려진 피를 기리는 상징이다. 해병 모집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상아 손잡이가 달린 맘루크 왕조의 칼은 트리폴리 해안에서 야만적인 해적을 상대로 싸웠던 맹렬한 전투의 상징이다. 아무 해병에게라도 이오지마나 장진호, 케산 전투에 대해 물어본다면 대답하는 목소리의 어조가 달라진다. 앞에 나열한 전투의 승리는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 그 바탕이 되는 해병이 공유하고 있는 희생정신, 공동의 용기, 자긍심 등으로 확장되어 해병대 신화를 만들어간다.

요점은 이것이다. 워런 버핏처럼 솜씨 좋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사람들을 그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업의 영웅도 중요하지만, 당신의 팀 전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구현해 낼 수 있는 공동의 이야기를 가질 수 있다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흔한 몇 마디 말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는 한 번 구전되면 생명력을 잃지만 당신과 당신의 팀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일을 하는지 일상의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하나의 생활방식이 되고 문화가 되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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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토리텔링이 갖춰야 할 5가지 요소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실제 활동에서 구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 연기 지도 등의 활동을 하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 일하는 리처드 맥스웰과 로버트 딕먼의 정의를 나는 가장 좋아한다.

(그들의 책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는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긴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스토리구성 관련한 부교재로 쓰일 정도로 탄탄한 내공을 갖추고 있다.)

 

이야기(스토리텔링)란 하나의 사실을 감정이라는 포장으로 감싼 것이다행동으로 세상을 바꾸게 만드는 감정으로.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은 먼저 사실(fact)에 기초해야 한다. 나아가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감정을 촉발하여, 궁극적으로는 무언가 행동에 나서도록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스토리텔링 하면, 무언가 이야기를 멋있게 꾸며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내가 저술 관련 강의를 할 때 자주 쓰는 간단한 예가 있다.

 

문장1) 나는 오늘 저녁, 태어나서 최고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문장2) 나는 김태희와 저녁을 먹었다.

 

문장1)처럼 수사를 아무리 덧붙여 표현하려고 애써도 듣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만큼의 믿음과 감흥을 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장2)는 아무런 수식 없이 사실만 나열했지만 대번에 듣는 사람의 흥미를 자아내고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노래하는 가수가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과잉 분출하면, 곧 듣기가 부담스럽듯이, 글도 독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은 잘 절제해야 하는 것이다.

책을 기획하고 저자들을 섭외하면서, 구체적인 사실을 풍부하게 알고 그것을 자기 나름의 일관된 관점으로 정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절감한다. 나는 스토리텔링이 사실에서 출발한다는 것의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좋은 스토리텔링이 갖춰야 할 요소들에 대해 두 사람의 책 내용을 통해 알아보자. (이하는 위의 책 인용입니다.)

 

1. 이야기가 반드시 길어야 할 필요는 없다.

2. 이야기를 꼭 말로 할 필요는 없다.

3. 적기에 하는 적절한 이야기는 우리가 스스로의 세상을 구성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테러현장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야기는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2001914일에 부시 대통령은 9·11 참사 현장에 방문했다. 그곳에는 3일 전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었을 때 사고현장에 묻혀버린, 거의 3천여 명에 이르는 희생자 가운데 아직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수색에 힘쓰던 구조대원들이 모여 있었고, 부시 대통령은 그들 사이를 천천히 움직여갔다. 구조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쓰레기더미도 기어올랐고, 흰색 안전모를 쓰고 있던 한 소방대원에게 희망의 말을 몇 마디 건네면서 그의 어깨 위로 팔을 두르기도 했다. 그러다 누군가 대통령에게 확성기를 전달했다. 부시대통령은 무역센터의 잔해더미 위에 서서 군중을 향해 간단하게 몇 마디 했다. 그의 말은 감동적이었지만 그다지 기억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정작 잊히지 않는 것은 잔해더미 위에 서서 소방대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침착하지만 강력한 어조로 군중을 향해 이야기하던 대통령의 영상이었다. 마치 액자에 끼워진 사진처럼, 한 장의 이미지로 압축되어 수백 개의 신문 1면을 장식했던 그 영상, 그것이 바로 이야기이다.

이것은 우리의 정의(위의 3가지)와 일치한다.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범의 공격으로 파괴되었다는 사실, 그것을 모든 국면에서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대원의 어깨에 팔을 두름으로써 부시 대통령은 단순하지만 지극히 강렬한, 감정이라는 포장으로 사실을 감쌌던 것이다. 희생자에 대한 연민과, 다른 이들을 도우려다 숨져간 이들에 대한 존경심, 그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않으리라는 확고한 결심이 사실을 감싸 안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그 영상은 나라 전체가 집단 충격에서 빠져나와 무언가 해야만 한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그것이 바로 적절한 이야기의 힘이다.

 

이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핵심 질문으로 나아가 보자. 어떤 것이 좋은 이야기인가? 어떻게 하면 이야기가 근사해질까? 무엇이 이야기를 박스오피스(The box office)와 직장 상사의 오피스(The boss's office)에서 힘을 얻게 하는가?

이야기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직업인으로처음에는 오락산업에서, 최근에는 기업컨설턴트로서살아오면서, 우리는 성공적인 이야기라면 모두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기본 구성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야기에 담긴 열정(Passion)

청중을 이끌어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영웅(주인공, Hero)

영웅이 반드시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 혹은 장애(Antagonist or Obstacle)

영웅을 성장하게 하는 깨달음의 순간(A Moment of Awareness)

앞의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영웅과 세상의 변화(Transformation)


이것을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열정 :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했을까? 왜 이 문제에 신경을 쓰는 거지? 이야기를 듣던 사람도 신경 썼을까?

2. 영웅(주인공) : 누구에 관한 이야기였지? 청자도 주인공의 관점을 받아들였을까?

3. 악당(장애) : 주인공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더라?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와 청자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것일까?

4. 깨달음 :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무엇을 배웠을까? 이야기가 빛을 발하게 하려고 내가 사실에 덧붙여 놓았던 것은 무엇이지?

5. 변화 : 이야기 속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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