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시간(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

지식노마드의 신간 2015.09.21 08:46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한국 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다.

 

가마우지 경제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경제로 도약하는 핵심은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을 가능케 하는 축적된 경험지식에 있다.”

  고부가가치 경험지식을 축적하려면 시행착오를 격려하고,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축적 지향의 문화와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라.”



내용 소개

 

사례1]

10여 년 전, 한국의 반도체 기술 전공 교수가 세계 최초로 핀펫(FinFET) 이라는 실용성 있는 3차원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준비한 후, 국내 반도체 회사에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제안했다. 그러나 1년여에 걸친 교수의 열정적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관련 기술 책임자는 그 기술을 채택하지 않았다. 결국 60여 년 반도체 역사의 한 획을 그은 3차원 반도체 소자 기술은 미국 회사가 먼저 2011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현재 그 기술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표준기술이 되어 인텔, 삼성, TSMC, 글로벌파운더리에서 양산에 적용되고 있다.

 

추격과 모방 중심의 성장 체질에 익숙해진 한국 산업이 기존에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일에 소극적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례2]

한국 최초의 자립기술로 건설된 장대교(張大橋)로 평가되는 인천대교. 그러나 초기 프로젝트 전체의 기획과 핵심 구조를 설계하는 개념설계는 일본과 캐나다, 영국 등의 투자 및 기술회사 등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되었다. 태풍과 지진, 해류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라는 장대교 건설에서 가장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지식과 데이터베이스를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 공사비가 2조 원이 넘는 인천대교 건설에서 개념설계 부분은 예산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표준기술에 비해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이다. 그리고 개념설계는 글자 그대로 제품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속 생산, 시공 단계를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에 위치한 기업들의 전략을 지배하게 된다.

건설만이 아니다. 반도체산업에서부터 디자인산업까지, 심지어는 서비스산업까지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개념설계 역량은 가치사슬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역량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산업에서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새롭게 버전을 바꾸어 출시될 때마다 전 세계 모든 전자기업의 전략이 바뀌는 것을 보면 그 파급효과를 쉽게 알 수 있다.

 

 

왜 우리에게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이 중요한가?

 

창조적 개념 설계 역량이란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서 당면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역량이다. 지금껏 한국 산업의 발전 모델은 선진국이 제시한 개념설계를 기초로 빠르게 모방, 개량하면서 생산하는 모방적 실행 전략에 기초해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개념설계 역량의 확보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하였다. 결국, 가치사슬의 앞 단에 있는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산업선진국으로 진화할 수 없다는 것이 26명 석학들의 공통된 관찰이다.

 

어떻게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할 수 있나-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많았지만, 개념설계 역량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석학들은 공통적으로 창조적 개념설계의 역량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반드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얻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새롭게 접하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해법으로 제시해보고,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을 축적하지 않고는 개념설계 역량을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고, 그 원인은 사실 다양한 실패의 경험을 축적해오지 못한 데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창의적 개념설계에 필요한 지식은 교과서나 논문, 특허 등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지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공간적 이점으로 개념설계 역량을 축적하는 중국의 전략

선진국들은 오랜 산업의 역사를 통해 고급 경험지식을 축적해 왔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시간의 한계를 공간의 이점으로 극복하며 개념설계 역량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이다. 비유하자면 산업선진국들이 100년에 걸쳐 경험하게 될 개념설계의 사례들을 중국은 10년 만에 10배 많은 수의 사례를 접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은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입각해 특정한 기관이나 기업에 경험을 집중시켜 축적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최근 중국이 해양플랜트, 자동차산업, 가전, 휴대폰 등 거의 전 산업 영역에서 전 세계에서 최초의 모델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벌써 축적의 시간적 한계를 공간의 힘으로 극복하는 전략의 결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껏 선진국의 개념설계를 받아와 생산해온 우리가 앞으로는 중국으로부터 개념설계를 받아와서 생산해서 중국에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생산의 영역에서마저 우리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축적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 - 한국의 전략

우리에게는 선진국처럼 100년 이상을 기다리면서 찬찬히 경험을 축적해나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중국과 같은 거대한 내수시장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닌 제3의 길이 있을까? 멘토들의 잠정적인 해답은, 산업 차원의 축적 노력으로는 선진국과 중국의 축적된 경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산업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틀을 바꾸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력으로 축적해가는 체제를 갖추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우리 사회 전반의 인센티브 체계, 문화를 바꾸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주체가 축적을 지향하도록 변화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축적의 범위를 산업의 경계 바깥으로 극적으로 넓혀 생각할 때, 비로소 선진국의 시간과 중국의 규모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축적 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창조적 축적을 위한 열린 자세와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새롭고 도전적인 개념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고자 노력하는 조직과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센티브 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 나아가 추격경제 시기에 우리 산업계와 정책 의사결정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성공의 방정식, 즉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동원하고, 항상 정해진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시행착오의 과정과 결과를 꼼꼼히 쌓아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나아가 26명의 교수들은 우리 사회의 각 주체들이 축적을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다양한 제언들을 하고 있다.

 

서울 공대의 축적의 시간프로젝트 소개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한 작업은 2013년 하반기에 시작되었다. 먼저 우리 산업의 당면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객관적이면서 전문적인 의견을 줄 수 있는 26명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들을 멘토로 선정하였다. 이들은 모두 국내외 학계를 리드해 왔고, 활발한 산학협력 연구로 산업계의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통찰을 제공해줄 수 있는 우리나라의 멘토들이다. 기업의 리더들에 비해 이번 작업에 참여한 멘토들은 무엇보다 특정 기업의 이해와 전략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문제점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6명의 멘토들에게 다음과 같은 6가지의 공통 질문을 중심으로 개별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인터뷰에서 산업을 가로지르는 공통 키워드를 추출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한국의 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한국의 산업계가 돌파해야 할 관문이 무엇인가?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산학협력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대학(공대)의 역할이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틀과 국가정책의 틀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는가?

 

지은이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참여 교수진

 

이정동(기술경영. 정책: 프로젝트 총괄)

 

강신형 교수(유체기계)

강태진 교수(섬유·소재)

고현무 교수(토목구조)

권동일 교수(소재기초)

김민수 교수(기계항공)

김승조 교수(항공우주)

김용환 교수(해양플랜트)

김태유 교수(기술정책)

김형준 교수(반도체 소재)

박영준 교수(나노·바이오 응용)

박진우 교수(생산시스템관리)

박희재 교수(반도체 장비)

서승우 교수(차세대자동차)

설승기 교수(전력전자)

신창수 교수(에너지자원 기술서비스)

이병기 교수(정보통신)

이종호 교수(반도체 소자)

이창희 교수(차세대 디스플레이)

주종남 교수(정밀기계)

주한규 교수(원자로 설계해석)

차국헌 교수(정밀화학)

차상균 교수(빅데이터)

최만수 교수(나노기계응용)

한종훈 교수(플랜트설계)

현택환 교수(나노소재)

황기웅 교수(디스플레이)

 

 

 

차례

발간에 부쳐_이건우 학장

들어가는 말_이정동

 

1창조적 축적’, 한국 산업의 미래를 여는 키워드

0. 창조적 축적 지향의 패러다임으로 바꾸어야 한다_이정동

 

2부 멘토들에게 길을 묻다

1. 선진국의 비밀은 제조업의 경쟁력에 있다_김태유

2. 축적된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지식을 구하라_김용환

3. 축적된 경험 없이는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_고현무

4. 교과서에 없는 것은 직접 경험하면서 배워야 한다_한종훈

5. 기술을 아는 CEO가 없다_신창수

6. 급속한 ICT 패러다임 변화의 물결 속에 한국이 잠기고 있다_이병기

7. 기초와 응용을 넘어선 제3의 지식, 아키텍처의 영역에 도전하라_박영준

8. 반도체, 7~8년 뒤가 문제다_이종호

9. 반도체의 성공 경험이 모든 사업에서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_황기웅

10. 시스템업체의 소재부품업체 수직계열화 방식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_김형준

11.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는 시기가 있다. 놓치면 따라잡지 못한다_이창희

12. 시작부터 글로벌을 지향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는 무의미하다_차상균

13. 변화와 도전을 반기는 사회분위기에서 혁신이 꽃핀다_서승우

14. 위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파트너십형 산학협력이 필요하다_최만수

15. 기초가 없는 융합은 거짓말이다_현택환

16. 중견기업을 히든챔피언으로 만드는 감동 스토리를 써라_차국헌

17. 선진화된 사회시스템이 히든챔피언 기업을 만든다_박진우

18. 동북아 섬유클러스터로 통일을 대비하라_강태진

19. 뿌리산업에 첨단의 날개를 달아라_권동일

20. 벤처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에코시스템이 없다_박희재

21. 중국의 인재를 뽑고, 한국의 인재와 섞어 경쟁시켜라_설승기

22. 공대는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평가받아야_강신형

23.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전략을 왜곡시킨다_김승조

24. 수직계열 체제를 깨야 기계산업이 산다_주종남

25. 기술을 아는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일류기업이 된다_주한규

26. 기술로 승부하는 기업은 경험 축적 없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_김민수

 

부록 : 교수진 소개

 

저작자 표시
신고

설정

트랙백

댓글

<중국에 관한 메타포를 바꿔라>

 '중국 임팩트'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해 서울대 경제연구소 이근 소장과 관료 출신으로 중국 통으로 통하는 정덕구 니어 재단 이사장의  대담이 문화일보에 실렸다. 이와 관련해서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 원장이 <2030 대담한 미래2>에서 언급한 '중국에 관한 메타포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요약 소개한다. 두 전문가의 대담 기사와 같이 읽으면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문화일보 대담 기사로 이동합니다.)



---------------------- 

중국은 추가적인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중국이 원하는 시장은 중간재 시장이다. ‘현재한국이 가지고 있는 시장이자 미래에 한국이 확보해야 할 시장, 그것이 바로 중국이 노리는 시장이다. 그래서 중국은 살기 위해 반드시 한국을 칠 것이다. 현재 산업과 미래 산업에서 중국이 한국을 공격할 것은 확실성의 영역에 속한다. 한국의 시장을 빼앗아 갈 것도 확실하다. 불확실성은 언제 공격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를 빼앗아 갈 것인가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중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국에 관한 메타포를 바꾸어야 한다. 지난 20~30년 동안 한국은 중국에 관해 다음과 같은 메타포를 가지고 있었다.


이쑤시개를 팔아도 14억 개를 팔 수 있다. 

중국은 경제 성장도 계속되고, 도시화도 더 진행되고, 근로자의 임금도 높아져서 중 국 내수 시장의 물리적인 크기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 시장은 상대적으로는 큰 시장이 아니다. 중국 시장이 한국 시장의 10배라면 경쟁자도 10배가 많아서 기업이 느끼는 경쟁 압력은 똑같다


한국에서 1등을 못해도 중국에서는 1등 할 수 있다. 

2~3년 후면 중국의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한국과 같아지거나 앞선다. 앞으로 한국에서 1등을 못하는 기업은 중국에서도 절대로 1등을 할 수 없다


공산당이 철저하게 계획 경제를 시행하는 중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중국은 시장 자유도가 큰 서방 국가나 한국, 일본보다 위기를 통제하는 능력이 나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결코 경제의 신이 아니다. 경제의 기본 원리를 초월할 수 없다. 중국 경제의 물리적 규모가 점점 더 커질수록 통제하기가 그전보다 훨씬 힘들어질 것이다. 경제의 신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최소 10년에 한 번은 실수를 할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는 곧바로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같은 수준의 경제 폭풍을 발생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큰 통제력으로 문제를 더 세게 누르고 더 많이 감추어 왔기 때문에, 강하게 누른 용수철일수록 더 높게 튀어 오르는 것 같은 현상이 경제에서 벌어질 것이다


중국의 성장은 한국에 유리하다

중국 경제의 성장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하나는 수출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수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 기업은 한국의 시장을 빼앗아 추가적인 성장을 꾀할 것이다.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은 세계 시장으로 통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의 시장을 빼앗지 못하면 경제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조선과 건설에서는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나머지 산업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중국은 영원히 성장한다. 

영원히 성장하는 것은 없고, 빨리 성장하면 그만큼 빨리 쇠퇴한다.” 중국이 강력한 제 국이고 돈이 많은 나라이긴 하지만, 이 법칙을 어길 수는 없다. 앞으로는 중국도 영원히 성장하는 나라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

설정

트랙백

댓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