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경영] 상대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 기회를 만들어라

2013.04.26 17:37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영화 <천국의 문>은 할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파산 사례다. 이 영화의 실패로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UA)는 문을 닫아야 했다.

 

<권력의 경영>이란 책에서 제프리 페퍼 교수는 반대 의견을 설득하는 감독의 전술을 자세히 소개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영화의 감독으로 선택된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주연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위페르는 프랑스 억양이 강해서 서부 영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인지도도 매우 낮아 티켓 파워도 기대하기 힘들다. 당연히 제작사 간부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UA임원들은 남자 주인공이 이미 정해진 마당에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결정이 지연되면서 처음의 예산을 초과할지 모른다는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 이 순간 치미노는 절묘한 설득 전략을 구사한다.

 

감독의 선택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임원진이 내린 결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한 번이라도 그녀를 만나 얘기해보는 성의 정도는 보여야 하지 않나요?

 

정면으로 공격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거부하기 어려운 '감독에 대한 신뢰'라는 프레임을 앞세운 것이다. 결국 두 임원이 위페르를 만나기 위해 파리 행 콩코드기에 올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임원들이 여배우를 판단하기 위해 대서양 너머로의 장거리 출장이란 다소 과한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 순간부터 임원들은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가는 출장인 만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을 갖기 시작한다. 동시에 위페르가 아니라고 한다면 결론은 간단하지만, 그에 뒤따르는 여러가지 부담이 생긴다. 새로운 여배우를 놓고 감독과 협의하는 일, 그에 따라 제작일정이 늘어지면서 증가할 예산, 감독의 결정을 뒤집는 것에 따른 부담 등....  반대로, 뭔가 새로운 장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 모든 번거로운 일이 없어진다.

 

정말이지, 그녀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밤이 깊어지고 와인이 한 병 두 병 비어가면서 그녀의 매력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군요.”

바로 그때 스스로 납득할 만큼 교묘한 시각이 생기더군요. 누가 이 영화의 진정한 스타일까? 이 영화의 진정한 스타는 주연 배우가 아니라 바로 마이클 치미노 감독이다. 우리는 주연 배우들에게 베팅한 게 아니라 바로 치미노에게 베팅한 것 아닌가. 따라서 감독이 위페르를 원한다면 마땅히 지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천천히, 미묘하게 전개되므로 자각하기 어려운 이런 과정의 특징은 외부 압력이 거의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개인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판단했다고 스스로 믿게 되고, 그 만큼 이후의 과정에 훨씬 몰입하게 된다.

 

이 방법의 요체는 이런 것이다.

남에게 먼저 호의를 베풀게 함으로써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고, 이를 통해 사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상식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진짜 권력을 잘 다루는 고수는 종종 정반대로 한다. 내가 먼저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먼저 호의를 베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상대의 훨씬 강한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설정

트랙백

댓글

문제는 늘 있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2013.04.25 11:42

수재는 문제를 해결하고 천재는 문제를 발명한다고 한다.

우리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해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하지만, 

문제의식이 견고하지 않으면,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올수록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일관된 질문(=문제의식)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고 => 창의적 사고

       

일관된 고정관념과 왔다갔다 하는 질문 => 구태의연한 사고



선풍기는 원하면 좌우로 회전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유는, 여러 사람이 있을 경우 모두에게 골고루 바람을 보내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혼자 사용할 때는 고정시키면 된다.

그런데 두 명일 때는? 회전각도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혼자인 경우에도 계속해서 바람을 쐬면 왠지 부담스러워서 회전시키게 된다. 그런데 그 각도가 너무 크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바람을 보내며 돌다가 한참을 기다려야 다시 내게로 온다. 그래서 고민하게 된다.

 

고정시킬 것인가? 아니면 회전시킬 것인가?”

 

어느 것을 선택하든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회전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또는, 바람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약 세 가지 정도의 각도를 미리 설정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선풍기는 본적이 없다.

 

왜 없을까? 많은 사람이 불편해 하는데도 어째서 그런 생각을 못할까?

 

고정관념 때문이다. 누군가, 무언가를 한번 어떤 형식으로 정하고 나면 좀처럼 그걸 바꿀 생각을 못한다.


* 선풍기 사례는 김영식 두싱크연구소 소장님의 신간 <유레카의 순간>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설정

트랙백

댓글

유능한 경영자가 유능한 투자자가 되기 어려운 이유

2013.04.11 18:00

사업과 투자의 2가지 차이


투자와 사업은 잘못하면 돈이 없어지는 리스크 감수라는 관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수익을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크게 2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번째는 투자 철회의 용이성이다

라면 사업이 유망할 같아서 자본을 투입해서 라면 공장을 지었다면, 부도가 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투자를 철회하기 어렵다. 그러나 순수 투자의 경우에는 사업보다는 투자를 철회하기가 쉽다. 거래소에서 투명하게 거래되는 주식은 물론이고,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일지라도 복덕방을 통해 시세를 확인하고 매도할 있다


번째로 사업은 투자 결정 이후에도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투자는 다르다

사업은 라면 공장을 세운 이후에도 품질 관리, 영업, 직원 관리 추가적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이것들은 투자 결정만큼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라면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후의 과정에서 노력을 기울여 수익을 창출할 있는 패자 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투자는 진입한 다음에는 시세를 확인하는 말고는 별로 있는 것이 없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시장에서 수익이냐 손실이냐가 결정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에서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있는 것이라곤 적절한 타이밍에서 매도를 하는 한가지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은 수익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는 손실 관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업 잘하는 사장들 중에 종종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분들이 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투자도 사업하듯 수익 관리에만 치중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품질 관리, 영업, 직원 관리를 통해 생산성과 이익률을 높이는 수익 관리는 직장인에게도 익숙한 일이지만, 손실관리는 매우 낯설고 투자의 고수에세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큰 돈을 벌려고 투자의 세계에 들어왔는데, 돈 벌 궁리보다는 먼저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안에서 관리하는 일은 째째하게까지 보이기 때문이며, 최근의 행동심리학 연구에서 보듯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편한 일이다. 



대기업 P&G도 별 수 없었다


인간의 타고난 손실 회피 성향은 전문성이 없는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있는 미국의 생활 소비재 기업 P&G같은 대기업조차도 손절매를 하려고 버티다가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1993년은 당시는 그린스펀 연방준비은행 의장이 지난 년간 단기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이자율이 4 10% 대에서 3% 대로 하염없이 하락하고 있을 때였다. 과거에 높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P&G 현재 이자율에 비해서 높은 이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슬슬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당시 금융기관이나 학계는 이구동성으로 이자율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었다. 결국 재무 담당 임원은 지금은 사라진 투자은행인 뱅커스트러스트Bankers Trust 이자비용을 절감할 있는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의 핵심 조건은 P&G 뱅커스트러스트로부터 미리 지정된 고정금리 이자를 받고 대가로 P&G 뱅커스트러스트에게 변동금리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자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한다면 P&G 받는 고정금리 이자(수입) 뱅커스트러스트에 주는 변동금리 이자(지출)보다 커지므로 P&G 이익을 것이며, 이익을 이용하여 기존 대출의 높은 고정 금리 이자를 어느 정도 상쇄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자율이 예상과 달리 상승한다면 P&G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운명의 여신의 장난이었을까? 계약이 체결되고 개월이 지나자 연방준비은행은 거짓말처럼 이자율을 올렸다. 하지만 P&G 손실이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회사 규모에 비해 금액은 아니었다. 따라서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반대 거래로 청산하고 나왔으면 약간의 손실 실현으로 마무리 짓고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P&G 보통의 인간처럼 손실을 혐오했나 보다. P&G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적인 계약을 통해 과감한 물타기를 감행했다. 하지만 이자율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계약에 의해 P&G 1 6천만 달러 손실을 실현할 수밖에 없었다



* 4월 17일에 발될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임성준, 조셉 H. 리 지음)>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한 것입니다.

* 투자에 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여러가지 내용도 보고 저자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yena_irony

 

설정

트랙백

댓글

리스크는 나의 손익 변동이다

분류없음 2013.04.09 12:10

도대체 리스크란 무엇인가? 범위를 좁혀서 금융과 투자의 관점에서 리스크를 정의해보자.

 

1) 사건 중심의 리스크 정의

 

이는 만약 어떤 사건의 발생 혹은 이미 발생한 사건의 악화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사건 이름에 리스크라는 단어를 붙여서 북핵 리스크’, ‘환율 리스크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정의가 현상을 요약해서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두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객관적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투자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곳에서 리스크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금융 상황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로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되면 무시해도 좋을 것이고, 크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단 리스크의 크기를 측정하고 합산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그런데 사건 중심의 리스크는 언어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크기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개별 리스크의 측정 불가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다수의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그것의 크기를 합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측정할 수 없는 리스크가 여러 개 겹치면 그 합 역시 측정할 수 없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당신이 의사로부터, 당뇨를 조심해야 하니 하루에 먹는 초콜릿 양이 3개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는 겁이 나서 초콜릿을 하루 한 개만 먹기로 하고 잘 지켰다. 그런데도 당뇨병에 걸렸다. 매일 아침에 먹는 빵과 주스에는 각각 초콜릿의 2배에 해당하는 당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리스크의 총합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면 우리의 투자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 약점은 사건 중심의 리스크에는 나의 상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 위기 리스크가 발생했더라도 현금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금 왕에게 유럽 재정 위기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 또한 한반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북핵 리스크가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스웨덴의 내수 기업에게는 TV 코미디 쇼 프로만큼도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사건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건 중심의 리스크 정의를 고수한다면 이처럼 나에게 아무 관련도 없는 리스크까지 모두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하는 시간 낭비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2) 경제 지표 중심의 리스크 정의

 

경제 지표란 주가, 환율과 같은 금융시장에서 생산되는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GDP나 경상수지와 같은 거시경제 지표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렇게 정의하면 리스크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 14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떨어지는 것보다는 80만원으로 떨어지는 경우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므로 후자가 전자에 비해서 리스크의 크기가 20만원만큼 더 크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렇게 객관적 측정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남는다. 어떤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과 신도시 아파트를 보유했다고 하자. 개별 리스크는 경제 지표의 등락폭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성격이 서로 다른 투자 자산의 리스크를 합산하는 문제는 여전히 애매하다. 100만원짜리 삼성전자 주식이 50만원 상승하고 6억원짜리 30평 아파트가 평당 50만원 하락하는 경우와 반대로 삼성전자 주식이 50만원 하락하고 아파트가 평당 50만원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두 경우 중에 어느 것이 리스크가 더 크다고 이야기 할 수 있나? 단순 합으로 표현하자면 첫 번째 경우는 50만원 - 50만원으로 총 0원이 되고 두 번째의 경우도 단순 합이 0원이 된다. 그럼 두 경우의 리스크가 서로 같다고 생각해야 되나?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판정하기 어렵다.

경제 지표 중심의 리스크는 합산의 문제 외에 나의 상황을 포함시키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삼성전자 주식이 얼마가 하락했건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리스크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 대표 주식인 삼성전자의 하락은 한국 경제의 불황을 예고하는 신호로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 울타리 안에 살고 있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70억의 사람이 6단계만 거치면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인 인연으로 연결된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2차적 리스크까지 고려할 경우 세상의 모든 일이 나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만사를 빼놓지 않고 걱정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3) 리스크는 나의 손익의 변동이다

 

그렇다면 리스크를 나의 손익의 변동이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북핵이나 환율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개별적 사건이 결부되어 있지 않아서 언뜻 들으면 생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의는 신기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투자와 관련된 리스크 정의 기준에 모두 부합한다.

어떤 사건, 어떤 경제 지표가 되었건 이들 때문에 나의 손익이 크게 변화한다면 리스크가 큰 것이고 작게 변화하면 리스크가 작은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 유럽 사태로 인해 삼성전자 해외 매출이 줄었건, 애플과 소송으로 인해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 처지에 놓였건, 내 주식 계좌의 손익이 변동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없는 것이다.

또한 나의 손익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나의 상황이 자동적으로 반영된다.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1,000만원어치 보유할 때보다는 1억원어치를 보유할 때, 하락에 따른 손익의 변화가 커지므로 나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여 리스크의 크기가 결정된다.

또한 여러 투자 자산을 보유한 경우도 손익을 기준으로 하면 합산의 문제가 해결된다. 내가 보유한 투자 자산의 수와 종류가 몇 개가 되었건 나의 전체 투자 손익의 변화가 크면 리스크가 큰 것이다. 보유한 30평 아파트가 평당 50만원 오르고, 50주 보유한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 떨어지면 [1,500만원-500만원=1,000만원 이익] 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합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사건이나 경제 지표는 나의 손익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개별적인 원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마지막 결과인 손익을 기준으로 정의하는 것이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이 된다.

 

이렇게 손익 관점에서 리스크를 정의하면 리스크가 재무 교과서에 등장하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익과 직접 결부된다. 따라서 적어도 투자와 관련해서는 일관성 있게 현상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주식 투자에서 1,000만원을 잃었으면 그 만큼 리스크를 다루는 나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흔히 하듯 진입은 좋았는데 청산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종목은 잘 골랐는데 장이 안 받쳐줬다.’는 식의 자기변명에 둘러싸여 투자 실력이 부족한 우리의 진짜 모습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 곧 나올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임성준, 조셉 H. 리 지음)>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한 것입니다.

* 투자에 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여러가지 내용도 보고 저자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yena_irony

 


설정

트랙백

댓글

집단지성이 성립하기 위한 2가지 조건 – 無 상관관계와 높은 불확실성(2/2)

2013.04.08 01:00

 

집단지성이 성립하기 위한 두 번째 조건 높은 불확실성

 

 

집단지성의 첫번째 조건인 무 상관관계(집단지성이 성립하기 위한 2가지 조건1. 無 상관관계 보러 가기) 성립하더라도 소수의 전문가가 일반인 집단보다 지속적으로 우월한 분야가 있다. 이러한 분야의 특징은 불확실성이 아예 없거나 제한된 불확실성만이 존재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자동차 수리공이나 회계사 같은 직업은 대부분의 경우 특정 지식 범위 안에서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자동차는 부품을 조립해서 완성된 결과물이므로 어떤 고장이 발생했다면 부품에 대한 테스트를 통해 그 원인을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다. 재무제표를 만드는 방법은 이미 무수한 회계학 책에 다 나와 있으므로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기만 한다면 습득 안 한 사람보다 재무제표를 잘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절차 중심적 직업 이외에 프로 바둑 기사와 같은 직업도 탁월한 전문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바둑판 위에서 상대방이 다음에 둘 수 있는 돌의 위치는 361개 이내의 점으로 제한된다. 물론 계속 이어서 두는 수까지 생각하면 매우 경우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바둑판 내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어쨌든 제한적이다. 그리고 자동차 수리공의 일보다는 생각해야 할 경우의 수가 아주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의 가능한 경우의 수와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잘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전문가는 자동차 수리공이나 회계사보다 더 높은 전문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즉 전문성 확보가 어렵긴 하지만 일단 전문성을 확보하면 일반인에 비해 그만큼 확실한 우위에 설 수 있다. 

 

경제와 회계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한 3년 정도 회계학을 열심히 공부하면 최고의 회계 전문가를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는 있겠지만, 같은 시간에 바둑 공부를 하더라도 이세돌의 발끝도 따라가기 힘든 이유가 이런 복잡성의 차이에 있다. 그러나 회계사와 바둑 기사의 차이점은 경우의 수가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기본적으로 유한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바둑과 비슷한 체스 분야에서 슈퍼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길 수 있는 것도 경우의 수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한 수를 놓을 때마다 게임의 마지막 결과까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짧은 시간 안에 계산해서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수를 선택하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라면 체스에서 인간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주식 가격 예측은 경우의 수가 무한하다. 내일 실현된 주식 가격의 원인이 [오늘까지의 정보 + 내일 발생한 정보]라고 한다면 내일 발생할 정보의 경우의 수는 무한하므로 결국 무한한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된다. 불확실성이 적은 분기별 실적 발표와 같은 일상적인 사건도 있지만, 극단적으로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쏠 수도 있고,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으며, 테러리스트의 비행기 자폭 테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절차적 지식을 압도하는 상황에서는 집단지성이 전문성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투자에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을려면...


그러면 주식투자에도 집단지성을 이용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귀찮은 부탁을 들어줄 만한 정도의 친분이 있어야 한다. 먼저, 지인들끼리 최대한 무 상관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직업과 성격, 생활환경이 다른 지인 집단 표본을 만든다. 다음으로 그들에게 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낸다. 이때 주의할 것은 그들간의 무 상관관계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서로 모르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메일을 보낼 때도 비밀 참조 기능을 이용하자.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것은 너무 막연한 부탁이 될 수 있으므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이메일 수신인에게 보다 의미 있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가총액 큰 순서대로 30개 정도 종목을 뽑아서 이 리스트 안에서 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냥 간단하게 끌리는 종목을 찍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특정 종목을 추천한 지인 개개인의 논리는 모자이크의 작은 조각처럼 사실 크게 의미가 없을뿐더러 이메일에 그러한 논리까지 적으라고 하는 것은 지인 입장에서는 성가신 일이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너무 자주 종목 추천을 요구해 친분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여러분은 제갈공명을 무료로 데려다 참모로 쓰는 것과 다름없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복잡하고 귀찮은 이메일을 주고받을 필요 없이 그냥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추천 종목 중에서 중복되는 것을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집단은 내부적으로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목표 주가나 종목 추천을 잘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 잣대로 사용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논리가 이 직업에 적용된다. 소속집단의 주류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서 단번에 스타가 되는 것보다는 직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1차 목표가 될 것이며, 처자식이 딸린 입장이라면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설사 본인의 견해가 집단과 상반되더라도 평균에서 너무 벗어난 값을 제시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다. 예측이 적중하면 내가 잘해서 맞은 것이지만, 틀리면 다른 사람도 다 틀렸으니 비난의 화살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그들에게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목 추천이나 목표 추가 제시에서 애널리스트들끼리 서로 눈치를 본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 곧 나올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임성준, 조셉 H. 리 지음)>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한 것입니다.

* 투자에 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여러가지 내용도 보고 저자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yena_irony

 

설정

트랙백

댓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