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는 나의 손익 변동이다

분류없음 2013.04.09 12:10

도대체 리스크란 무엇인가? 범위를 좁혀서 금융과 투자의 관점에서 리스크를 정의해보자.

 

1) 사건 중심의 리스크 정의

 

이는 만약 어떤 사건의 발생 혹은 이미 발생한 사건의 악화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사건 이름에 리스크라는 단어를 붙여서 북핵 리스크’, ‘환율 리스크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정의가 현상을 요약해서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두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객관적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투자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곳에서 리스크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금융 상황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로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되면 무시해도 좋을 것이고, 크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단 리스크의 크기를 측정하고 합산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그런데 사건 중심의 리스크는 언어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크기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개별 리스크의 측정 불가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다수의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그것의 크기를 합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측정할 수 없는 리스크가 여러 개 겹치면 그 합 역시 측정할 수 없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당신이 의사로부터, 당뇨를 조심해야 하니 하루에 먹는 초콜릿 양이 3개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는 겁이 나서 초콜릿을 하루 한 개만 먹기로 하고 잘 지켰다. 그런데도 당뇨병에 걸렸다. 매일 아침에 먹는 빵과 주스에는 각각 초콜릿의 2배에 해당하는 당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리스크의 총합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면 우리의 투자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 약점은 사건 중심의 리스크에는 나의 상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 위기 리스크가 발생했더라도 현금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금 왕에게 유럽 재정 위기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 또한 한반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북핵 리스크가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스웨덴의 내수 기업에게는 TV 코미디 쇼 프로만큼도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사건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건 중심의 리스크 정의를 고수한다면 이처럼 나에게 아무 관련도 없는 리스크까지 모두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하는 시간 낭비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2) 경제 지표 중심의 리스크 정의

 

경제 지표란 주가, 환율과 같은 금융시장에서 생산되는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GDP나 경상수지와 같은 거시경제 지표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렇게 정의하면 리스크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 14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떨어지는 것보다는 80만원으로 떨어지는 경우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므로 후자가 전자에 비해서 리스크의 크기가 20만원만큼 더 크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렇게 객관적 측정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남는다. 어떤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과 신도시 아파트를 보유했다고 하자. 개별 리스크는 경제 지표의 등락폭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성격이 서로 다른 투자 자산의 리스크를 합산하는 문제는 여전히 애매하다. 100만원짜리 삼성전자 주식이 50만원 상승하고 6억원짜리 30평 아파트가 평당 50만원 하락하는 경우와 반대로 삼성전자 주식이 50만원 하락하고 아파트가 평당 50만원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두 경우 중에 어느 것이 리스크가 더 크다고 이야기 할 수 있나? 단순 합으로 표현하자면 첫 번째 경우는 50만원 - 50만원으로 총 0원이 되고 두 번째의 경우도 단순 합이 0원이 된다. 그럼 두 경우의 리스크가 서로 같다고 생각해야 되나?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판정하기 어렵다.

경제 지표 중심의 리스크는 합산의 문제 외에 나의 상황을 포함시키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삼성전자 주식이 얼마가 하락했건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리스크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 대표 주식인 삼성전자의 하락은 한국 경제의 불황을 예고하는 신호로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 울타리 안에 살고 있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70억의 사람이 6단계만 거치면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인 인연으로 연결된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2차적 리스크까지 고려할 경우 세상의 모든 일이 나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만사를 빼놓지 않고 걱정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3) 리스크는 나의 손익의 변동이다

 

그렇다면 리스크를 나의 손익의 변동이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북핵이나 환율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개별적 사건이 결부되어 있지 않아서 언뜻 들으면 생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의는 신기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투자와 관련된 리스크 정의 기준에 모두 부합한다.

어떤 사건, 어떤 경제 지표가 되었건 이들 때문에 나의 손익이 크게 변화한다면 리스크가 큰 것이고 작게 변화하면 리스크가 작은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 유럽 사태로 인해 삼성전자 해외 매출이 줄었건, 애플과 소송으로 인해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 처지에 놓였건, 내 주식 계좌의 손익이 변동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없는 것이다.

또한 나의 손익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나의 상황이 자동적으로 반영된다.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1,000만원어치 보유할 때보다는 1억원어치를 보유할 때, 하락에 따른 손익의 변화가 커지므로 나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여 리스크의 크기가 결정된다.

또한 여러 투자 자산을 보유한 경우도 손익을 기준으로 하면 합산의 문제가 해결된다. 내가 보유한 투자 자산의 수와 종류가 몇 개가 되었건 나의 전체 투자 손익의 변화가 크면 리스크가 큰 것이다. 보유한 30평 아파트가 평당 50만원 오르고, 50주 보유한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 떨어지면 [1,500만원-500만원=1,000만원 이익] 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합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사건이나 경제 지표는 나의 손익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개별적인 원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마지막 결과인 손익을 기준으로 정의하는 것이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이 된다.

 

이렇게 손익 관점에서 리스크를 정의하면 리스크가 재무 교과서에 등장하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익과 직접 결부된다. 따라서 적어도 투자와 관련해서는 일관성 있게 현상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주식 투자에서 1,000만원을 잃었으면 그 만큼 리스크를 다루는 나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흔히 하듯 진입은 좋았는데 청산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종목은 잘 골랐는데 장이 안 받쳐줬다.’는 식의 자기변명에 둘러싸여 투자 실력이 부족한 우리의 진짜 모습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 곧 나올 <소수의 법칙: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임성준, 조셉 H. 리 지음)>의 원고에서 발췌, 가필한 것입니다.

* 투자에 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여러가지 내용도 보고 저자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hyena_ir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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